위와 아래를 잇는 콜룸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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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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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로열마일 한가운데,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고, 역사와 전통이 켜켜이 쌓인 그 자리에는 여전히 개혁신앙을 굳건히 붙든 교회가 서 있다. 바로 “콜룸바 자유교회”(St Columba’s Free Church)이다. 스코틀랜드에는 중세 수도원에서 비롯된 교회당도 있고, 종교개혁 이후 건립된 유서 깊은 교회당도 많다. 그런데 이 콜룸바 교회가 특별한 이유는, 끝까지 Free Church of Scotland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스코틀랜드 자유교회의 역사>
스코틀랜드 교회의 전통은 16세기 종교개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존 녹스(John Knox)로 대표되는 종교개혁은 말씀 중심, 장로정치, 예배 개혁을 통해 스코틀랜드 교회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후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둘러싼 긴장이 이어졌다. 국왕과 귀족들이 교회의 목사 임명권을 쥐려 했고, 신앙 양심을 지키려는 교인들과 목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성경적 신앙을 위해 그들은 수없이 순교하면서 국가교회를 이겨내었다.
그 절정이 바로 1843년 대분리(Disruption) 사건이었다. 약 450명의 목사가 목사직과 함께 모든 권리를 버려두고 국교회(Church of Scotland) 총회 현장을 박차고 나왔고 이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국교회를 떠나 자유교회를 세웠다. 그 당시의 핵심 쟁점은 ‘누가 교회의 목사를 세우는가’였다. 국가는 세속적 권위로 목사를 임명하려 했지만, 신앙인들은 목회자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교회의 선택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앙 양심을 지키기 위해 교회와 성도들은 교권과 재산을 내려놓고 ‘자유’를 찾아 거리로 나왔다. 그렇게 하며 스코틀랜드 자유교회(Free Church of Scotland)가 세워졌다.
<콜룸바 교회의 건축 경위>
이 대분리 사건의 결과, 에든버러 도심에도 자유교회의 회중이 모일 예배당이 필요했다. 그때 세워진 교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날 콜룸바 교회이다. 이 교회는 토머스 거스리(Thomas Guthrie) 목사가 주도했고 건축가 토머스 해밀턴이 설계를 맡아 1843년 착공하여 1845년에 완공하였다.
그런데 이 교회는 위치부터 여러 가지가 독특하다. 로열마일과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연결하는 가파른 언덕 경사면에 세워진 이 교회는 로열마일에서 보면 지상 1·2층이 예배당이다. 그러나 빅토리아 스트리트에서 보면 그 아래층이 드러나는데, 여기는 교회의 부속실로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교회는 언덕 위아래 두 길을 잇는 구조가 되었다.
즉, 콜룸바 교회는 빅토리아 스트리트 위에 세워진 형태로, 로열마일과 스트리트를 연결하는 모습으로 건축된 셈이다. 관광객이 많은 거리 속에서, 그 건물은 위와 아래를 잇는 상징적 자리에 서 있다.
<사역의 상징성>
흥미로운 점은, 이 교회의 사역 또한 건물 구조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로열마일이라는 국가와 역사의 상징 공간에서 교회는 전통적 신앙을 선포한다. 동시에 빅토리아 스트리트라는 일반 시민의 삶의 공간과 이어져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복음을 나눈다. 참고로, 빅토리아 스트리트에는, 콜룸바교회와 가까운 위치에 조앤 롤링이 소설 해리포터를 썼다는 엘리펀트 하우스가 있고 그 옆에는 해리포터 기념품 가게가 있어 거기에 입장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콜룸바교호의 초대 목사 토머스 거스리(Thomas Guthrie)는 단순히 설교만 한 사람이 아니라 당시 도시 빈민 아동에게 교육과 급식을 제공하는 래깃 스쿨(Ragged School, 누더기 학교) 운동을 주도하며 복음을 사회적 책임과 연결시켰다. 오늘날에도 콜룸바 교회는 말씀을 굳게 붙들면서, 도심 속 청년과 가정을 돌보고, 교회 개척과 사회봉사를 함께 이어가고 있다. 즉, 이 교회는 건물 자체가 위와 아래를 잇는 구조일 뿐 아니라, 사역에서도 전통과 현대, 말씀과 세속,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를 향한 교훈>
콜룸바 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한 건축적 특수성만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다. 교회는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말씀과 신앙 전통을 굳게 지켜야 한다. 동시에 세속 사회 한복판에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의 실제 삶을 돌보고, 복음의 빛을 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모든 교회는 콜룸바 교회가 보여주듯이 ‘위와 아래를 잇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을 향해 위로 서면서도, 이웃을 향해 아래로 손을 내미는 교회. 그것이 스코틀랜드 개혁신앙이 남긴 유산이며, 오늘 우리의 교회가 다시 붙들어야 할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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