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출교된 변선환 신학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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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신대, 출교된 변선환 신학 재조명 학술제 두고 또 충돌… 학생들 "즉각 중단하라"
바이블모스, "출교된 이단 신학을 학문의 이름으로 되살리려 한다" 대자보 게재
발표자 최태관 교수 "학교와 무관" 해명에도 학생들 "경건처 도장 받았는데" 재반박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 유경동, 이하 감신대)에서 199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로부터 출교된 신학자 고(故) 변선환 전 학장의 신학을 재조명하는 학술행사가 예고되자,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퀴어 관련 서적 비치 논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강의 논란에 이어 감신대의 신학적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한번 불거진 것이어서, 교단과 동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학술행사 포스터, 논란의 시작
최근 감신대 학내 게시판에는 '2026년 한국信연구소' 주최, 변선환 아카이브 공동주최 학술행사 포스터가 게시됐다. 포스터에 따르면 '한국적·복음적·생명적 이어라: 2차 일아 변선환의 동서 문명 통섭을 위한 고난의 길'이라는 주제로, 오는 9월 17일(목) 오후 6시 감신대학교 열림홀에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발표자로는 최태관 박사(감신대)가 '일아 변선환의 한국적 종교해방 신학', 최범철 박사(전 서울예고)가 '일아 변선환의 화쟁 신학에서 본 복음 이해', 신익상 박사(성공회대)가 '기후재난 시대에 변선환 신학 읽기'를 각각 맡아 발표하는 것으로 안내됐다.
'일아'는 변선환 전 학장의 호(號)다. 그는 감신대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며 학장을 역임한 신학자로, 1980년대 이후 종교다원주의와 토착화 신학을 주창하며 학계에 큰 반향과 논쟁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출교된 이단 신학을 왜 기념하는가"… 바이블모스, 대자보로 정면 반발
이에 학생 모임 '바이블모스'는 9월 10일 '감신대는 출교된 변선환과 종교다원주의의 부활을 즉각 멈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부착했다. 함께 게시된 상세 규탄문에는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정하는 종교다원주의자를 왜 교단 신학교에서 기념하는가? 출교(黜敎)된 이단 신학을 학문의 이름으로 되살리려는 변선환 학술행사를 규탄한다"는 제목이 붙었다.
학생들은 변선환이 1983년 『기독교사상』 299호 「동양종교의 부흥과 토착화 신학」에서 "기독교는 시공을 초월해서 보편적으로 인류의 구원의 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 기독교는 나사렛 예수의 십자가와 빈 무덤이라는 역사적-지리적인 제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며, 기독교 선교사가 비기독교 지역에 복음을 전하지 않아도 이미 하나님 나라가 거기에서 역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그리스도 밖의 다른 길을 열어 놓고, 복음 선포와 선교의 필연성을 부정하는 이러한 신학 때문에 기독교대한감리회는 1992년 변선환을 출교하였다"며 "그런데 34년이 지난 오늘, 교단의 목회자를 길러내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안에서 그 신학이 다시 기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이것이 단순한 학술행사인가? 아니다. 문제는 변선환이라는 한 신학자를 연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교단이 복음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출교까지 결정한 신학을, 분명한 신앙고백적 비판도 없이 '기념'하고 '재조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학문의 자유'라는 말은 만능 면죄부가 아니다. 신학교는 일반 종교학과가 아니다. 교단 신학교는 더더욱 그렇다. 감리교신학대학교가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라면, 최소한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복음의 절대성 앞에서는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신학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스도 없이도 구원이 가능하다는 신학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선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으로 흘러가는 신학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한 신학자를 출교시킨 교단 신학교가 이제 와서 그 신학자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념하는 것을 우리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실은 답하라. 감신대는 누구의 신학교인가?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원자로 고백하는 교회의 신학교인가? 아니면 교단이 이미 거부한 신학까지 다시 불러내어 복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종교다원주의의 실험장인가?"라고 반문하며, "웨슬리가 선포하고 살아내고 수호한 복음은 분명하다.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 있다. 감신대가 웨슬리의 이름을 말하려거든, 다시 웨슬리의 복음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감신대 총장실을 향해 다음 세 가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 변선환 아카이브 공동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를 즉각 중단할 것
- 출교된 이단 신학자를 기념하는 행사에 학교의 이름과 공간을 제공한 경위를 밝히고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
- 총장실은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신앙고백적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변선환 신학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러한 행사가 앞으로 감신대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명시적으로 약속할 것
학생들은 대자보 말미에 "본 대자보의 무단 철거 및 훼손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히며 대자보 보호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태관 교수 "학교와 무관"… 학생들 "경건처 도장 받았는데 무관하다니" 재반박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번 학술행사의 발표자이기도 한 최태관 교수(감신대)는 포스터 아래에 '사실관계에 차이가 있으며, 학교와는 관련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추가로 게시했다. 그는 '최태관 목사' 이름으로 "내년이 본교 故 변선환 교수님의 탄생 100주년이기 때문에 학술제를 공동 기획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변선환 전 학장이 1927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2027년이 탄생 100주년이 되는 셈이어서 "내년"이라는 시점 설명 자체는 산술적으로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해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같은 게시판에 "출교된 이단 변선환 학술행사를 감신대 캠퍼스에서 하겠다는데, 그리고 학생경건처의 검인 도장을 받았는데, 어찌 학교와 상관이 없겠는가"라며 "유경동 총장께서는 비겁하게 다른 교수 뒤에 숨지 마시고, 총장실의 공식 입장문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항의했다. 즉 쟁점은 "학술제 자체를 개인·외부 단체가 기획했느냐"가 아니라 "학내 공간 사용과 게시물 검인 절차를 거친 이상 학교가 행정적으로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되풀이되는 감신대 정체성 논란
이번 사태는 올해 들어 이어진 감신대 관련 논란들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앞서 도서관 내 퀴어신학 관련 서적 비치 문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성희롱 대처법으로 '술 따라주기'가 제시된 외부 강사 교육 내용 논란, 정규 교수 결보고 없이 투입된 대체 강사의 '성경 무오설' 부정 발언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기감 제36회 총회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는 지난 7월 23일 감신대를 직접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였고, 7월 28일 전체회의를 거쳐 8월 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대위는 감신대가 퀴어 관련 서적을 금서로 지정하는 대신 별도 서가로 분류하고 표지에 주의 표시를 하기로 했으며, 무단 게시된 포스터는 발견 당일 철거하고 게시 승인 절차를 보완하기로 했다는 점, 문제가 된 강의자에게는 1차 행정조치가 내려졌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대위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한 달여 만에 이번 변선환 학술행사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감신대 내부의 신학적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행정적 조치만으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퀴어 신학, 성경 권위, 종교다원주의 등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감신대가 지향해야 할 신학적 정체성—웨슬리 신학과 복음주의 전통을 지킬 것인가, 학문적 다원성과 자율성을 우선할 것인가—을 둘러싼 근본적인 견해차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신대 총장실, 아직 공식 입장 없어
현재까지 감신대 총장실과 학술행사를 공동주최한 변선환 아카이브 측의 공식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행사의 학내 승인 경위, 학생경건처 검인 절차의 구체적 내용, 그리고 총장실이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신학적·행정적 입장을 취할 것인지는 아직 학생 측 주장과 발표자 측 해명이 엇갈리는 상태로 남아 있다. 9월 17일로 예정된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그리고 감신대가 학생들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에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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