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명 서명 묵살" 반발… 감리회 NCCK·WCC 탈퇴안 심사위서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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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명 서명 묵살" 반발… 감리회 NCCK·WCC 탈퇴안 심사위서 기각 



기감 제37회 총회 심사위 "36회 총회서 이미 결론 난 사안"… 표결 없이 기존 참여 방침 유지

발의 측 "내부 개혁 실효 없어 재상정… 심사위에 기각 권한 없다" 반발

복음주의 목회자·평신도 긴급 기자회견 "기각 사유 공개하고 재논의하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제37회 총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세계교회협의회(WCC) 탈퇴 건의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기각됐다. 이 건의안은 발의자 2명 외에 총대 241명이 서명해 제출됐다. 그러나 공천 및 건의안심사위원회는 "이미 지난 총회에서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4년 전 같은 취지의 건의안이 심사위를 거쳐 본회의 토론에 부쳐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건의안은 총회 첫날인 10월 29일 제출됐고, 이튿날인 30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열린 오전 회무에서 기각이 보고됐다. 발의 측은 같은 날 오후 총회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각 사유 공개와 재논의를 요구했다.



심사위 "36회서 결론"… 발의 측 "상황 달라졌다"


심사위원회는 2024년 제36회 총회에서 NCCK대책연구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해 이미 이 문제를 다뤘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당시 총회는 탈퇴 대신 NCCK에 남아 교단 인사를 파송하고,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로 했다.


발의 측의 논리는 다르다. 36회 총회가 택한 것은 탈퇴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아니라 '내부 개혁'이라는 정책이었고, 그 정책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다시 논의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전에 다룬 사안이라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면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도 이의가 이어졌다. 한 총대는 건의안심사위원회는 안건을 채택하거나 채택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기각하거나 각하할 권한은 없다며, 총대들이 발의한 만큼 본회의에서 찬반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총대들도 36회 총회 이후 NCCK의 동성애 관련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이번 총회에서 결론을 내자고 요구했다. NCCK 관계자를 총회에 불러 활동을 보고받고 질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36회 총회 논의에 참여했던 한 총대는 탈퇴 여부를 따지기보다 직접 참여해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노력이 먼저라며,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그때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한 번의 총회가 아니라 두세 차례 총회에 걸쳐 변화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36회 총회 당시 이사 파송 인선위원장을 맡았던 김종필 감독(중앙연회)은 탈퇴를 주장하려면 먼저 인선위원회에 참여해 문제를 확인하고, 다음 총회에서 근거를 내놓아야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밝힌 한 목회자는 NCCK 대의원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총회 현장의 분위기를 보고 참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양측 공방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발언이 제지되는 등 회의장이 한때 술렁였다. 김정석 감독회장은 총회가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내부 참여를 통한 변화 방침을 정한 만큼 이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기관과의 소통에도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회의 기각 보고를 받을지 묻자 총대들이 동의했고, 별도의 찬반 표결 없이 보고가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감리회는 기존의 NCCK·WCC 참여 방침을 유지하게 됐다.



"241명의 뜻, 사유도 모른 채 묻혀"


건의안을 추진한 '복음주의 감리교 목회자와 평신도 일동'은 30일 오후 2시 30분 광림교회 정문 계단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온순 목사(원천교회 담임, 거센파도를이기는모래알연합 대표)와 이훈 목사(건강한사회를위한목회자연합 대표)가 발언했고, 임병기 목사(서경교회 담임, 거센파도를이기는모래알연합 사무총장)가 성명서를 낭독했다.


박 목사는 감리교 7개 단체와 목회자, 평신도가 수년간 준비한 건의안에 총대 241명이 서명했는데도, 교단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김정석 감독회장이 임기 안에 교단의 신앙적 정체성과 방향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목사는 35회 총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2년간 연구해 36회 총회에서 다뤘고, 이후 변화를 지켜봤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번 총회에서는 전체 총대가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연합감리교회(UMC)처럼 교단이 갈라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이번 요구가 분열이 아니라 교단을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사유와 판단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다수 총대가 서명한 안건을 기각했다면 총회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 WCC와 NCCK의 신학적 입장과 활동이 성경의 권위,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 복음 전도의 사명, 창조 질서와 성경적 윤리에 관한 감리교회 신앙고백에 부합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NCCK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성소수자 관련 입법 논의에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성명은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 탈퇴 건의안 기각의 구체적 사유와 판단 근거 공개

- 서명한 총대들의 의사를 존중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재논의

- WCC·NCCK의 신학적 입장과 활동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검증

- 일부 위원회의 판단만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총회 안에 토론과 공론의 장 마련

- 성경을 신앙과 삶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과 전도의 사명 견지


35회부터 37회까지, '연구'에서 '내부 개혁' 거쳐 '기각'으로


제35회(2022년): 첫 격론, 결론 대신 연구로


감리회 총회에서 NCCK·WCC 탈퇴 문제가 공식 토론에 오른 것은 2022년 제35회 총회가 처음이었다. 당시 건의안은 심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고, 대의원 20여 명이 70분 넘게 찬반 토론을 벌였다. 탈퇴를 요구하는 측은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 훼손과 선교 현장의 피해를 문제 삼았고, 유보 측은 충분한 신학적 검토와 교단 차원의 연구가 먼저라고 맞섰다. 격론 탓에 감독 이·취임식이 한 시간 넘게 늦춰지기도 했다.


이철 당시 감독회장은 탈퇴 여부를 결의하면 교단이 둘로 나뉠 수 있다며 표결을 유보하고 연구를 먼저 하자고 했다. 같은 해 12월 총회실행부위원회가 NCCK대책연구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연회 차원의 탈퇴 결의가 잇따랐다. 2023년 4월 감리회 최대 연회인 중부연회는 재석 475명 중 436명의 찬성으로, 충청연회는 재적 813명 중 521명의 찬성으로 탈퇴안을 가결했다. 다만 연회 결의는 교단의 공식 입장이 아니어서 최종 판단은 총회의 몫으로 남았다. 같은 해 10월 입법의회에서 대책위원장 박정민 감독은 조사 과정에서 NCCK가 동성애 지지를 공식화한 사실이 확인되면 앞장서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36회(2024년): 탈퇴 아닌 '내부 개혁'


2년간의 연구를 거쳐 제36회 총회에 보고된 대책위 보고서의 결론은 탈퇴가 아니었다. NCCK 안에서 복음적 방향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복음적 인사 파송, 대표성 개선, 내부 견제와 개혁 추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총회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탈퇴 여부를 의결한 것이 아니라 내부 개혁이라는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이다.


이행 과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정석 감독회장은 취임 후 복음적 인사를 파송하겠다며 8명을 추천받았지만, 실제로 NCCK에 파송된 인사는 2명에 그쳤다. 내부 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된 '복음적 인사 파송'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제37회(2026년): 실효성 재평가 요구, 그러나 기각


발의 측은 2년이 지난 지금 내부 개혁의 결과를 평가할 때가 됐다고 본다. 추천 인사 8명 중 2명만 파송된 상황에서 기대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정책을 바꾸자는 안건을 다시 내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건의안은 본회의에 오르기 전 위원회 단계에서 기각됐다. 지난 총회의 결의를 근거로 그 결의의 이행 결과를 따지자는 안건이 걸러진 셈이다.



절차의 정당성이 새 쟁점으로


이번 기각은 연합기구 탈퇴라는 오랜 신학적 논쟁에, 총회 의사결정 절차라는 새로운 쟁점을 더했다. 2022년에는 심사위를 거쳐 본회의 토론에 부쳐졌던 안건이 이번에는 심사위 단계에서 걸러졌다. 발의 측은 심사위의 권한 범위와 내부 개혁의 실효성을, 신중론 측은 직전 총회 결의의 이행 기간을 각각 문제 삼고 있다.


연회 차원의 탈퇴 결의와 총대 243명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총회 본회의에서는 한 번도 찬반 표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의 측의 반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발의 측이 재상정 등 후속 대응에 나설지, 교단 지도부가 기각 사유와 36회 결의 이후의 이행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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