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표방한 총동문회장의 첫 성명, 무엇을 설명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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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음주의 표방한 총동문회장의 첫 성명, 무엇을 설명하지 않았나
선거 당시 '복음주의'와 당선 직후 성명 사이의 간극
학생에게는 '폭력' 규정, 승인 여부 불투명한 행사 추진 경위에는 침묵
감리교신학대학교 제27대 총동문회장으로 선출된 이광섭 목사가 최근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 대해, 본지는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9월 17일 학내에서 발생한 변선환 전 학장 관련 학술행사 무산 사태에 대한 총동문회의 입장문이, 회장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복음주의'라는 지향과 적지 않은 간극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 선거 때 내세운 '복음주의', 성명에서는 왜 보이지 않나
이광섭 목사는 총동문회장 선거 과정에서 전체 동문을 향해 '복음주의'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동문 사회를 향해 공개적으로 제시된 선거 메시지였다.
그러나 당선 직후 발표된 첫 성명에서는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1992년 정식 재판 절차를 거쳐 변선환 전 학장의 신학을 종교다원주의이자 그리스도 구원의 유일성을 부정하는 신학으로 판단하고 출교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교단의 공식 결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해당 신학을 재조명·기념하려는 행사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총동문회는 교단의 신앙고백적 정체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선거 당시 내세운 '복음주의'와 당선 이후 강조한 '학문의 자유'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총동문회는 동문 사회 앞에 설명할 책임이 있다.
2. 감신대는 무제한의 학문 실험실이 아니다
본지는 신학교에서 학문의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단 신학교의 학문적 자유는 해당 기관의 설립 목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자 한다.
학교법인 감리교신학원 정관 제1조는 법인이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설립한 기관이며, 교역자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관 제5조는 이사 정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더라도 이 제1조만큼은 개정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감신대가 일반적인 연구기관과 달리,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임을 법인 구조 차원에서 확인해주는 근거다.
다만 이는 이번 행사가 정관을 위반했다는 법적 판정이 아니다. 목적 조항의 해석과 그 적용은 궁극적으로 학교법인 이사회와 감독 기관의 몫이다. 본지가 묻고자 하는 것은, 교단이 공식 절차를 거쳐 출교 처분까지 내린 신학을 교단 신학교 안에서 기념하는 문제가 '학문의 자유'라는 언급만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총동문회의 성명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3. "학생을 두려워하지 말라"… 성명의 시선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이번 성명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이번 사태의 발단 가운데 하나는, 교단 교리와 상충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는 행사가 학교 측의 공식 장소 사용 승인 여부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려 했다는 점이다. 성명은 이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를 막아선 학생들의 행동만을 '폭력적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성명이 학교 당국과 교수진을 향해 "학생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요청한 대목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학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를 학교가 극복해야 할 대상처럼 규정하는 이 표현은, 학생들의 항의를 '논의해야 할 의견'이 아니라 '지나쳐야 할 장애물'로 다루는 인상을 준다. 동문과 학교, 학생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총동문회장의 성명치고는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4. '비판적 연구'와 '기념'을 구분하지 않은 것 자체가 쟁점이다
변선환 전 학장의 신학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과, 그의 신학을 계승·기념하는 행사를 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 그의 신학이 그리스도 밖의 구원 가능성과 선교의 비필연성을 주장해 1992년 교단의 출교 처분으로 이어졌다는 결정은, 오늘날까지 교단의 공식 입장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행사가 실제로 '비판적 연구'의 성격이었는지 '기념·계승'의 성격이었는지에 대한 해석은 학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총동문회의 성명은 이 핵심 쟁점을 짚었어야 한다. 이를 다루지 않은 채 학생들의 행동만을 문제 삼은 것은 논란의 본질을 비켜간 것으로 보인다.
5. 총동문회 명의 문서의 기본적 정확성도 되짚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성명에서는 문서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동문 전체를 대표해 발표되는 공식 성명임에도, 본문 가운데 학교의 핵심 교육이념인 '경건, 학문, 실천'이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은 대목이 확인된다. 총동문회의 이름으로 나가는 문서에서 모교의 교육이념조차 정확히 담기지 않았다는 것은, 이 성명이 발표되기 전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학적 내용에 대한 평가에 앞서, 동문 전체의 이름을 건 문서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정확성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총동문회는 특정 진영이 아닌 동문 사회 전체의 신뢰 위에 서야 하는 자리다. 이광섭 총동문회장은 선거 당시 메시지와 이번 성명 사이의 간극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생들의 행동을 단죄하기에 앞서, 장소 사용 승인 여부를 비롯한 행사 추진 경위와 학교 행정의 책임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확인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본지는 이 사설의 논지와 관련해 이광섭 총동문회장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두 차례 유선 연락과 한 차례 문자로 문의를 건넸으나, 게재 시점까지 별도의 답변이나 입장은 전달되지 않았다. 향후 공식 입장이나 반론이 전달될 경우 이를 검토해 지면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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