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 요한복음 연재(8): 예수님이 낳아주신 어머니를 ‘여자여’라고 부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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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 요한복음 연재(8):
예수님이 낳아주신 어머니를 ‘여자여’라고 부른다고요!
권혁정 교수
결혼식에서 가장 중요한 음료인 포도주가 동이 나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며 술 떨어진 것을 걱정하는 것을 보면 결혼하는 사람이 마리아의 가까운 친척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과 그의 형제들뿐만 아니라 제자들까지 다 참석한 것을 보면 굉장히 가까운 친척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손님은 계속 오는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고민 끝에 마리아는 예수님께 찾아가 포도주가 동이 난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3절 하).
마리아는 왜 아들 예수를 찾아갔을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예수님께서는 복음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기 전이라 아직 어떤 표적도 행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틀림없이 예수님을 잉태할 때 ‘하나님의 아들이 네 몸을 빌려 이 땅에 오실 것이라’(눅 1:35)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고이 담아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심령에 간직하는 것.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 이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신앙의 사람은 마리아처럼 아무리 하찮은 말씀이라도 그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불신앙의 사람은 롯의 사위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가볍게 생각합니다. 창세기 19장에 보면, 롯의 사위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장인을 통해 들려오는 “성이 곧 멸망할 터니 즉시 떠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농담으로 여겼습니다(창 19:14). 귀 기울여 듣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소돔 사람과 함께 비처럼 쏟아지는 유황불에 숯덩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 예수를 찾아가서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4절 상)라고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대답을 하셨습니다. 아들이 어떻게 자신의 어머니를 오만불손하게 “여자여!”라고 부를 수 있는가 좀 의아해하는 분이 계실 줄 압니다. 하지만 당시 관습으로 이 호칭은 여성을 존경하는 의미로 부르는 점잖은 호칭이었습니다. 그래서 NIV 성경은 이 ‘여자여’를 ‘Dear woman’(친애하는 여인이여)이라고 경칭(敬稱)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리아에 대한 호칭은 이보다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과 마리아의 관계를 아들과 어머니의 주관적 관계가 아닌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 인간의 관계로 설정해 놓고 계신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고 한집안에서 살던 사생애는 끝났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세상 죄를 대신 짊어지는 하나님의 어린양’으로서 공생애를 시작하는 시점이 밝아왔습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위상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분수령에 서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주님은 마리아에게 상기시켜 주기 위해 ‘여자여’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계신 것입니다. 지금부터 예수님은 메시아요 마리아는 구원을 받아야 할 죄인 중의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더 이상 사사로운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 본 칼럼은 아래 책 “두 글자로 풀어내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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